방 안에는 정적이 이어졌다. 지민은 가만히 태형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리고 있었고, 태형은 무슨 말을 해야하는 건지 이게 무슨 상황인 것인지 파악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곧이어 태형의 입이 열렸다. “그러니까 음... 나도 지민이 니가 진짜 좋고 귀엽고 예쁜데... 어, 그게...” “태형아. 결론만 말해.” “근데 나는 니가 친구로서 좋아, 지민아. 미안...
지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니까 어제 술마시고 실수해서 자괴감에 빠져서 내뱉는 한숨은 아니었다. 오히려 멀쩡히 두 발으로 걸어서 집 안에 들어왔으니까. 지금 지민이 한숨을 내뱉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민은 거실에서 팝콘을 들고 영화를 보는 태형을 불렀다. 태형아. 응, 지민아. 이 대화가 계속 반복되고 있었다. 계속 이름을 부르면 왜 그러는지 궁금할 법...
눈을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새까만 세상에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지민은 그제서야 제가 안대를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창 밖을 보니 잠에 들기 전에는 분명 낮이었는데 벌써 어둑해진 풍경이 보였다. 언제 잠에 든 건지도 몰랐다. 잘생긴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 짧게 뽀뽀를 한 후 태형은 아무렇지 않은듯 잘자, 짐나! 하며 인사했다. 이제 나가...
태형이 가버리고 난 후, 지민은 혼자서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태형이가 어디에 갔을까, 누구를 만나는걸까.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그런 생각만 할 것이 분명했다. 주머니에서 이어폰을 꺼내 핸드폰과 귀에 꽂은 지민은 핸드폰 화면을 켰다. 그리고 플레이 리스트에서 언젠가 그 듣기좋은 저음으로 불렀던 태형의 노래를 틀었다. 분명히 태형과 이렇게 개인적으로 ...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지민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이 없었다. 그런 지민의 옆에서 괜히 안절부절 못하는건 태형이었다. 지민은 그런 태형을 힐끗 바라보곤 말했다.“가자. 초록불이야.”먼저 가버리는 지민을 따라 태형도 발걸음을 옮겼다. 대체 잠시 안 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러는건지 묻고 싶었지만, 짐작이 가는 것도 있었지만 먼저 그걸 물어보기는 좀 그랬다...
오늘따라 어찌나 진상들이 많은지. 컵라면 먹고 안치우고 가는 손님이나, 쓰레기 분리수거 안하고 막 집어넣는 손님이나, 돈 던지는 손님이나, 안에서 술을 꼭 마셔야 겠다고 진상부리는 손님이나. 그러니까 언제나 한 둘씩은 꼭 있지만, 이렇게 하루에 가득 채워서 오면 아주 그냥 최악이라는거다. 그렇게 몸도 마음도 지친 지민이 얼른 정국이 와주길 기다리며 문을 힐...
석진이 태형을 지민에게 소개시킨 다음 날, 그 날이 석진의 출국날이었다. 지민은 좀 어이가 없었다. 함께 사는 자신에게는 바로 전 날 말해버리고, 태형에게는 미리 모든걸 말해놓고. 모순이었다. 서운함에 지민은 석진이 출국할 시간쯤에 덩그러니 카톡만 남겼다. ‘잘다녀와.’ 오바스러운 석진은 분명 꽃다발이라도 들고 울며 서있는 박지민을 기대했겠지만 아쉽게도 지...
늦은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편의점 안은 한산했다. 지금도 기껏 해봐야 여고생 두명이 나란히 앉아 라면을 먹는 정도였다. 야자를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배가 고팠던지, 여고생들은 입 속으로 먹을 것들을 끊임없이 넣고 있었다. 지민은 그런 그들에게 한톨의 신경도 쓰지 않은채로 재고 확인에 열중이었다. 그러니까 어디까지 했더라. 에쎄 프라임이 안에 두 보루랑 여...
지민은 오랜만에 보는 태형의 얼굴이 더 날카로워진 것 같아서 속상했다. 제대로 먹기는 한건가 싶었다. 무작정 태형을 만나러 오기는 했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 태형의 마음을 모른체 한건지, 아니면 진짜 몰라서 그랬는지. 어쨌든 모두 자신의 잘못이었다. 침묵속에서 먼저 정적을 깬 것은 태형이나 지민 그 누구도 아닌 호석이었다. "저기, 나는 알바 갈 ...
바쁘게 나오느라 태형이 준 장미꽃을 들고 나와버렸다. 누가 본다면 여친한테 줄 꽃인줄 알겠네. 강의실에 들어가자 예상처럼 애들이 지민에게 몰려와서는 여친에게 줄거냐며 물어댔다. 신학기라 여친의 유무를 모르기에 일어난 참사였다. 물론 옆에서 호석이 '지민이 여친 없자낭.' 하고 바로 이야기했지만. 그 때, 모여있던 무리 중에 한명이 지민에게 물었다. "그, ...
주머니에 손을 꽂은채로 무심히 자신을 내려보는 윤기의 모습은 못본지 아주 오래된 것 같음에도 똑같았다. 지민은 윤기를 보고선 헤실헤실 웃으며 다가갔다. "혀엉,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에 본 건데도 형은 진짜 변한게 하나도 없네." 머리색 빼고. 고등학생 때는 새까맸던 머리칼이 못본새에 샛노랗게 탈색되어 있었다. 하긴, 윤기는 피부가 새하얘서 뭐든 잘어울렸다....
곤히 자고있던 지민의 귀로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럴때는 자신의 귀가 밝은 것도 짜증났다.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더듬어 핸드폰을 찾았다. 시간을 보려고 화면을 켜자 밝은 빛이 지민의 눈을 찔러왔다. 가늘게 뜬 눈으로 화면을 보자 벌써 새벽 두시가 넘어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녀석이 새벽에 들어오는 건 자주있는 일이었지만 지민은 여전히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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